短想

길은 어디에나 있다

유무애 2007. 9. 27. 19:37

황금 같은 명절연휴에,

가고 싶은데가 너무 많아 어디를 가야될지 고민했는데.

추석 전날

담양에서 어머니 사촌 동생의 부음을 전해줘

방향을 정해버렸다.

월요일 오전에 내려가면서 유성을 잠깐 경유하여 친구를 태우고 익산으로 갔다.

익산에서 하루를 묵고 추석날 담양으로 가서 조문을 하고,

함평과 영광의 꽃무릇을 보고 싶어 나선다.

가다가 영산 성지까지 목적지를 정하고 보니, 그 꽃이 그 꽃이라는 생각들에

이제 함평에선 꽃무릇 축제가 시작이 되었는데, 아쉬움을 접는다.

불갑사를 가니 군락지가 꽤 넓게 조성되어있는데 많이 시들어있다.

함평이 그나마 남쪽이라고 내려가고 있는 모양이다.

혼자 다시 한 번 내려와야되나??? 

그래도 불갑사쪽은 처음이라 그런대로 구경을 잘 하고.

영산에 가니 날이 이미 기울어버려서 대각터만 갔다가 영광시내로 향하여 저녁을 먹고 이르게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내일 고창 학원농장 메밀꽃 구경하고는 시간이 남을거 같아

괜시리 공산님께 전화하여  약속을 해놓고는.

 

7시에 출발하자고 했는데,

모텔의 TV가  크고 무지하게 좋은데 마침 SOUND OF MUSIC 을 한다.

아~ 오스트리아!

호수, 알프스 산. 다시 보니 내 고향을 보는듯 더 반갑다.

잠을 설쳐 피곤하기도 한데 눌러 앉아 이 대형화면으로 영화나 봤으면... 하는 마음도 잠깐 든다.

 

이른 아침의 고창 학원농장은 한적했다.

9월초에 메밀꽃 축제를 해서 많이 졌다.

어느 사이 사진작가들이 와서 많이 찍고있다.

 

구경을 마치고 친구가 아무데나 떨어뜨려주고 가라는데 무지하게 피곤이 몰려온다.

이럴줄 모르고 일방적으로 공산님께 제안했던 어제밤이 야속해진다.

지맘대로 이랬다, 저랬다 한다는 소리 듣기 싫어 무리하게 강행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무리인거 같다.

어렵게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이 없으시다.

큰일났네. 화가 많이 나셨나보네.

그동안 실수하지 않으려고 깐엔 많이 조심했는데,

서서히 틈을 보이고 있어서 더 긴장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얼마전인데.

또(?).

아무래도 부족한듯하여 변명을 늘어놓다가

그저 연락이 없으시기에 전화드리니

주무시던 목소리.

혜정이 일찍 보내고 피곤해서 잠깐 주무셨다는 말씀.

다행이었을까?

 

내내 교통방송을 들었다.

익산터미널에 친구를 내려주고는 혼자 가게 하는게 맘에 걸렸는데,

참~ 핑계가 많다.

길눈이 써비스를 일대일로 해준다기에 메시지를 보내봤더니 내가 알고 있는 길만 얘기해주고 만다.

논산 까지 23번 도로를 따라 잘 갔는데,

공주행을 잠깐 사이에 놓쳐버렸다.

다시 돌아서 갈까? 하다가 그 곳도 교통방송에서 밀린다기에

언젠가도 이길을 못가고 부여로 돌아가던것이 빨리 간 기억이 나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부여쪽을 가기 전에 귀경객에게 배려하는건지 어느 작은 길에 작게 공주, 서울을 적어 놓은글씨가 보인다.

들어갔다. 정말로 한적한 시골길이었다.

예전엔 모두 이길로 다녔을만한 길같다. 다행이었다.

가끔 잘못들어간 길이 더러는 지름길이기도 하던데.

요즘 시골길은 한적하고 시원하게 뚫린 길은 밀려있는 경우도 많이 있지.

 

목천을 지나서도 국도로 들어설수도 없이 밀린다는 방송.

지방도를 한 번 가보자.  시작한 의도는 좋았다.

목천에서 안성까지 가는데 얼마나 산 길을 구비구비 돌아갔는지,

길이 나올거 같지 않았다.

소전리같이 길이 끝나버릴것 같았다. 산이 꽤 많고 깊었다.

돌아나오기에도 너무 많이 들어가버려 난감해하면서도, 길이 있으니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오메나! 반가워라.

'성환'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보기전까지, 가기는 하면서도 별 오만 생각이 다 들었었다.

(내려오는 날 서울T/G에서 주던 지도 에는 지방도, 국지도가 제대로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연결된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잘 가고 있는지 의심이 들고, 길이라는게 언제나 어디로나 통하는 것이라고 이론으로는 알고 있지만,

정작 이렇게 헤맬일을 만나면 자신 없어지고, 두렵고.

삶의 길도 그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간 길에 자신감을 얻어 또 모르는 길로 도전했다.

성환에서 평택으로 가지 않고 오산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신호 대기중에 열심히 지도를 보고 있었더니

옆에 서있던 차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어온다.

순간 목이 매어 말을 못하고 겨우 서울 이라고만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한 번 더 밀린 길을 만나 시골길을 어렵게 돌아서 오산T/G를 일러주고는 멀어진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잠깐 헤매일때 손 내밀어 길을 인도해줄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꽤 오랜 시간 운전하여,

많이 피곤하기도 했지만, 참 소중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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