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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전의 지리산의 기억

유무애 2008. 3. 30. 20:18

십여년전에 지리산을 다녀온적이 있었다.

여름 휴가에 산도 잘 모르는 초보자들 셋이서,

함양 어디쯤인가 차를 세워놓고 비포장 경사길을 마냥 걸어서 저녀무렵 당도한 곳이 세석평전이었다.

기억 저편에 그 세석평전은 넓은 초원지대였던거 같은 기억이 아스라히 남아있다.

저녁을 바삐 해먹고 자기 바빴나?

그냥 지나온 길이 너무 재미없이 지루한 느낌에 남은것이 없나?

지나간 시절에 대해서 애잔하게 기억을 남기는 편이 아니어서도 그렇고.

30대 초반에 겁없이 지리산을 다녀온적이 있었어. 그 정도라서 세세하게 상기시킬 기억이 없다.

 

다음날,

아침을 해먹고 천왕봉으로 향했는데

그 때 사진을 보면 꽤 힘들었던거 같다.

여유 부릴줄도 모르고.

죽어라고 올라가야만 되는 산.

천왕봉을 지척에 두고 안개가 끼어 정상에서는 답답하니 한치앞도 볼 수 없어서 아쉬웠던 기억은 남아있다. 

 

차가 함양쪽에 있으니 내려갈 곳이 칠선계곡 밖에 없었을까?

초보들이 정말 겁없이 칠선계곡을 잡았다.

가도 가도 한이 없던 지리산 칠선계곡.

아~ 이래서 빨치산들이 머물수밖에 없었구나.

이미 코스가 지루해져버리면 즐거움은 반감된다.

징글징글 멀기만 했던 기억이다....

계곡을 다 내려가기 전에 해가 넘어가버렸다.

랜턴도 없었고,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하던 순간.

 어떤 남자가 바삐 하산하며 조금만 가면 야영지가 있다고 따라오라했다.

이 계곡 밑에서 사는데 칠선계곡을 하루에 다녀온다고 한다. 

안도의 숨을 내쉬며 따라가는 동안 이 남자는 사라져버렸다.(내 표현. 따라오라고 해놓고는 자기는 날라서 가버렸다.)

 

 1박2일로 다녀오려던 계획은 그렇게 무너지고,

어찌어찌 내려와서 밥을 해먹고 계곡 끝쯤에서 또 하루밤을 머물었다.

 

칠선계곡에서  모르는 남자가 수호천사처럼 나타나서

길을 일러주고 사라진 기억을 잊을수가 없다.

 

이번 지리산 종주에선,

좀 더 여유있게

산을 즐길수 있는 마음을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