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서 정동진까지 도보순례
몇 년전에 임진각에서 하는 해단식에 참석했을때 동참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가 이번에 안내가 오기에 무척 반가웠다.
적어도 1박2일은 해보리라, 기꺼이 응하였는데.
토요일 새벽에 출발하여 하루 일정 시작에 합류를 하려던 마음이
안양원에서 토요일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차가 있어 그리 같이 가기로 하고도 뭔가 부족한 듯 서운함이 남아있기도 했다.
빗길을 달려 오후 5시 반쯤 도착했나보다.
숙소에 들어가니 동해바다가 한눈에 바라다보이는 전망좋은 6층이었다.
8명의 원생과 4분의 선생님들.
순례를 마치고 막 씻고 나오는 부산함속에 한 친구가 코피가 흐른다고 했다.
어제도 코피가 심하여 수건 한 장을 다 적셨다는데 내일 순례중에도 흐를게 염려되어
일요일이라 유사시에 치료가 어렵겠기에 지금 후송을 해야 되는지, 더 지켜볼것인지...
교대하고 가시려는 선생님들의 걸음을 잡는다.
ㅇㅇ의 의지도 완강하여 가지 않겠다하고, 그 방식구들의 무언의 응원도 힘이 되었을 터.
진료과장님이 마지막의 결론. 결연(?)하게 잘 쉬고.. 잘 먹고.. 가보자.
그때서야 왁자하니 안도의 숨과 살아나는 분위기.
누구는 시를 쓴다하고, 그 시를 읽어본 친구의 낭송(?)으로 알게된 시의 단순하고도 간단한 시어에 배를 잡고.
선생님은 친구같이, 언니같이, 엄마같이 참으로 따뜻한 어울림이었다.
일찍 눈을 붙인다. 오징어배가 불을 밝히는 바다를 몰라라하고 잠을 자기는 영 아쉽지만...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출발을 준비한다.
물집 잡히지 않게 발가락마다 테이핑을 하고, 파스를 붙이고, 밴드를 붙이고.
살뜰한 선생님의 배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재밌었다.
8시가 되지 않아 출발을 했다.
광주원에서 선두를 서고 안양은 두번째였다.
걸음이 좀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걸음으로는 먼길을 못간다 했는데... 조금 염려스럽다.
하루종일 이리 걸어야 한다면..
다행히 50분 걷고 10분을 쉬어서 숨은 쉴수 있었지만.
근데 두 번을 그리 쉬고 세번째 나서는 길에선 밥 먹으러 가자는 종주대장님의 소리에도 반갑지 않고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어딘지 기억나지 않는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1시간을 쉬었다.
정동진까지 6.4km였는지, 6.8km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참 많이 멀었다.
가다보니 오르막도 있었는데 선두에서 오르막에 보폭도 줄이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너무 힘들어 그만 멈춰버리고 싶었다.
참 많은 갈등이 오르내렸다.
난 하루 하면서 힘들다고 주저앉아버리면 아이들이나 선생님은 어떨까?
이럴줄 모르고 이틀 한다 생각했을까?
하루이기에 얼마나 다행이냐, 오늘은 마쳐야 한다.
뒤에서 ㅇㅇ가 밀어주고 배낭도 들어주어서 오르막을 겨우 오르니
한줄기 바람이 더위와 갈증을 씻어주는데 그 순간은 더 바랄것이 없어진다. 더울땐 바람이 최고였다.
그래! 행복이 멀리 있지 않지...
더울 때 바람 한 점. 갈증날 때 물 한모금. 배고플 때 소박한 밥 한그릇.
이럴진대 우리는 욕심이 너무 많구나,,, 다시 한 번 확인한다.
힘들게 힘들게 가다보니
한 걸음도 떼기 힘들것 같던 마음도 가라앉고 오늘 하루는 채워질거 같은 안정이 되었다.
2시10분쯤 정동진에 도착하여 45분 휴식중에.
지쳐서 그늘에 앉아 쉬다가 바닷가는 가보지도 못하였는데.
출발을 앞두고 계장님이 조심스럽게, 교통편이나 체력상 염려로 여기서 돌아가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신다.
아깐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지금 맘으로는 오늘 하루는 마칠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어렵다해도 오늘 일정은 마치리라는 다짐이 흔들리다가.. 그냥 접수했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염치없고, 선생님들께도 죄송했고...
정동진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바다를 바라보고 앉아있는데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나왔다.
이리 힘들게 종주하는 과정을 봤으니 해단식에 참석하여 힘차게 박수도 쳐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도 싶어서
꼭 가보려 했는데 일이 바빠 가보지도 못하고 미안함만 쌓아놓고 있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국토순례를 경험으로 내년엔 좀 더 알찬 준비로 편안하게 동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행사 참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과 하나되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진하게 느꼈다는것!
참 눈물겨운 모습이었다.